20대의 문제가 20대 만의 문제일까? -릴레이 희망합니다.소위 학생운동을 했다던 지금의 기성세대, 일부 진보세력이 20대의 무기력함과 무관심을 질타하고 있다 합니다.
얼핏 틀린 말은 아닙니다. 지나친 무관심은 사회의 구성원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최악의 선택이니까요.
그러나 과도하게 20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입에 담기에도 많이 부족한 민망한 일입니다.
20대를 성토하는 기성세대는 이런 얘기를 합니다.
'난 학생운동 할 때 최루탄과 화염병 속에서 너희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웠다.'
저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등록금과 용돈은 댁이 벌어 냈수?'
물론 아니겠죠. 그들의 부모님은 우리 아들이 운동에 미쳐서 공부도 안한다며 밤새 눈물을 지으셨을 겁니다. 그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등골이 휘셨을 겁니다.
만일 부모님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내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어두컴컴한 공장 한 구석에서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해야 했을 것입니다. 운동이니 정치니 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테죠.
그렇게 부모에게 의지하고 생활에 필요한 것은 모두 책임을 미뤄놓더니 이제는 20대에게 사회 문제의 책임을 전가시킵니다.
지금 20대의 현실은 어떠한가요?
극악한 실업율, 직장난에 부모는 직장을 잃어 당장 생계가 걱정됩니다. 그렇지 않은 이라 하더라도 1년에 천만원 가까운 등록금을 내느라 집안이 휘청거리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 학자금 융자를 받아 나중에 그것을 갚을 걱정을 해야 합니다. 대학 4년이면 3-4천만원. 그것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눈앞이 아득하죠.
그렇다고 당장 학교를 졸업하면 취직할 수가 있는가요? 한창 경제가 부흥할 당시에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먹고 살 수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점점 더 줄어가기만 하는 일자리.
물론, 먹고 사는게 바빠 정치나 사회 문제를 등한시하면 안됩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너 먹고 사는 것보다 사회 문제가 더 중요하니까 무조건 적극적으로 참여해라, 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말해서도 강요해서도 안됩니다. 자신의 경제적 문제를 부모님께 빌붙어 해결한 이들이 할 말도 아닙니다. 이제 갓 사회에 발을 디딘 이들에게 할 말이 아닙니다.
20대가 투표를 너무 안한다?
실제로 투표를 안 한 것은 어떤 세대일까요? 개인적인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 19세 | 20대전반 | 20대후반 | 30대전반 | 30대후반 | 40대 | 50대 | 60대이상 |
‘07 17대 대선 | 54.2 | 51.1 | 42.9 | 51.3 | 58.5 | 66.3 | 76.6 | 76.3 |
‘04 17대 총선 | - | 46.0 | 43.3 | 53.2 | 59.8 | 66.0 | 74.8 | 71.5 |
‘02 16대 대선 | - | 57.9 | 55.2 | 64.3 | 70.8 | 76.3 | 83.7 | 78.7 |
‘00 16대 총선 | - | 39.9 | 34.2 | 45.1 | 56.5 | 66.8 | 77.6 | 75.2 |
<자료참조 : 2007년 대선 투표율 분석 보고서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일부러 몇 가지를 더 따져보지 않더라도 진보세력이 20대에 책임을 회피하는 이유는 의외로 명확합니다.
지금 그들이 굳이 20대를 콕 찝어 질타하는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자신들의 정책적 실패를 남에게 전가하는 것이죠. 과거에 그들이 부모에게 생계 책임을 전가한 것처럼.
책임회피는 전가의 보도가 아닙니다. 청년층이 열심히 참여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을 뽑았더니 '젊은 것들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 고 했었죠. 그렇게 청년들이 당하고 있을 때 뒤에 숨어 아무 말도 못하고 쩔쩔매던 사람들이 휘두를 만한 무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나이를 먹고 더 많은 경험을 한 연장자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참으로 볼썽사납습니다. 설사 20대가 잘못하고 있더라도 쑤시고 후벼 파는 것이 아니라 보듬고 충고하며 안아줘야 하는 것. 그것이 사회 선배로서의 모습이 아닌지요. 진정한 연대라는 것은 그럴 때 생겨나는 것이 아닌지요.
보수와 진보를 떠나 어른으로서의 자각이 먼저 필요한 게 아닌지 씁쓸하기만 할 따름입니다.